시간은 가고
걸어야 할 길은 길다.
그러나 걸을 길 만큼
걸어온 길은 길지가 않다.
무엇에 기대어 걸었고
무엇을 향하여 걸어온 길인가!
무엇이 길이고 무엇이 숲인지
나 모른체 걸어 왔다.
길이라 다 길이 아니고
물이라 다 물이 아니라.
보인다 하여 다 실이 아니요,
허라 하여 모두 허가 아니라...
빛이라 하여 빛이 아니요,
길이라 하여 다 가서는 아니 되는 길이라.
때로 길은 길고 때로는 짧으며
여러 갈래요 한 갈래로다.
향기나는 길도 있으되
썩은네 나는 길도 있으리라.
가시밭이 있으면,
흙밭도 있으리라.
걸어온 길이 이토록 많으니
걸을 길도 많을 지어나,
나 그 길 한가운데 서 있을 지언정
어떠한 곳에서도 피하거나 뛰어 넘지 아니 하리라.
빛 앞에서도,
어두운 굴 앞에서도
살얼음판을 건널 때에도,
튼튼한 흙길을 걸을 때에도,
오직 하나의 의지로, 하나의 빛으로,
그 길을 걸으리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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